[출처] 한국공업화학회 공업화학전망

[저자] 정석균

분석기기는 산업의 인프라<?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분석이란 시료물질에 들어있는 구성성분을 분리 또는 확인하거나 상대적인 양을 측정하는 것이다. 분석은 모든 연구개발과정에서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 반응을 규명하고, 이를 공업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때 우리에게 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응용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분석 및 측정은 과학기술의 진보와 제품의 품질을 관찰 또는 관리하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산업의 인프라의 성격을 지니며, 그 기술의 발전 정도는 그 나라의 기술발전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정밀분석기기산업의 역사는 대략 15년 정도에 불과하며, IMF 경제위기 이후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기술과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까지 열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초정밀 분석기술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내 분석기기 산업의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대학, 연구소, 기업에서 요구하는 분석기기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인건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구개발비가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해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국내외 분석기기 시장의 현황을 훑어보고, 다국적 선진기업들과 경쟁하며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분석기기 제조회사들을 소개하고, 국내의 실정에 적합한 분석기기 산업의 육성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계 분석기기 시장 동향

세계 분석기기 시장은 매년 5~6% 정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03년도에 210억$, 2005년 240억$, 2008년 290억$로 예상되며, 그 용도 별로는 Lab용(45%), 공정용(11%), 의료용(23%), 기타(11%)로 구분된다. (관세분류 HS No. 9027 계열의 정밀 분석기기 만을 산정함.)


<그림1> 세계 분석기기 시장의 분류

세계분석기기산업의 중요한 변화는 1995년 이후 M&A를 통해 매출 20억$을 상회하는 대형 회사들이 등장하였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산업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Thermo group은 합병한 기업을 구조조정 후 제품군 별로 특화된 기업을 설립하고 있는데, 그 결과 ThermoOptek과 ThermoQuest와 같은 매출 5억$을 상회하는 거대 기업이 새롭게 탄생하였다.

매출 1위인 회사는 미국의 Agilent(2004년, 72억$)이고, 1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총 53개 회사 중에서 미국이 30개, 일본이 9개, 독일이 5개로서 이들 3개 국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 외에는 영국(2), 스위스(2), 중국(1), 캐나다(1), 네덜란드(1), 덴마크(1), 남아프리카공화국(1) 등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Beijing Analytical사가 1억$ 이상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회사에 자리 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2> 세계분석기기 선도기업의 국가별 분포도

<1> 명목 GDP 상위 20개국의 연구개발비와 분석기기 생산량

순위

국가명

명목GDP
(‘02
,B$)

연구개발비(‘01)

분석기생산액

금액(B$)

비율

금액(B$)

점유율

1

미국

10,400

282.3

2.7%

11

53%

2

일본

3,980

142.0

3.6%

3

21%

3

독일

1,980

47.0

2.4%

4

영국

1,552

26.6

1.7%

5

프랑스

1,410

28.8

2.0%

6

중국

1,237

12.6

1.0%

1.2

6%

7

이탈리아

1,181

11.5

1.0%

8

캐나다

716

13.5

1.9%

9

스페인

650

5.6

0.9%

10

멕시코

637

-

-

11

인디아

515

3.7

0.7%

12

한국

477

12.5

2.6%

0.04

0.2%

13

브라질

452

4.6

1.0%

14

네덜란드

414

7.3

1.8%

15

호주

411

5.9

1.4%

16

러시아

347

4.4

1.3%

17

스위스

268

6.3

2.4%

18

벨기에

248

4.9

2.0%

19

스웨덴

230

9.2

4.0%

20

오스트리아

203

-

-

 

대만

6.1

 

핀란드

4.1

<> 연구개발비의 비율은 명목 GDP에 대한 연구개발비의 백분율.

우리는 위의 표를 통해 GDP와 연구개발비 규모가 국가별 분석기기산업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즉, GDP와 연구개발비 상위 국가들에서 분석기기산업 역시 발전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분석기기 산업은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GDP 성장의 원동력이며, GDP의 증대는 다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여 분석기기 시장을 신장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2003년도 미국의 분석기기 총생산은 110억$로 세계시장(206억$)의 53%를 생산 및 공급하고 있으며, HS9027 품목의 수출은 37억$, 수입은 25억$에 이르는 분석기기 생산과 소비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98~2000년 미국의 선적량 중 pH meter, 전기화학 분석기, UV-Vis Spectrometer 등의 기초 분석기기 수출은 감소하는 반면 정밀 분석기기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들의 이들 분석기기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분석기기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품목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관심을 끄는 점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품 및 소모품의 수출이다. 부품산업의 경우 오랜 기간의 경험축적과 고도의 가공기술, 뛰어난 기반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미국의 수출 또한 증가하게 된다. 소모품의 경우 대량생산 시스템을 요구되기 때문에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후발 국가의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 미국 분석기기 수출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크로마토그래피는 GC(Agilent), HPLC(Waters, Agilent), IC(Dionex) 등 각 분야의 1위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간 이들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분석기기산업에서 미국의 주도권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일본

일본분석기기공업협회는 회원사 173개 제조업체의 총 생산량을 2003년에 327억엔(약 30억$)으로 집계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시장의 21%에 이른다. 이 통계와 수출입 통계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일본 내 총 생산량은 약 42억$(수출 18억$, 내수 12억$), 수입은 약 11억$ 정도이다. 일본의 분석기기 시장규모는 23억~30억$로 추정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분석기기 회사는 노벨 화학상을 배출한 후 급부상하고 있는 Shimadzu, Jobin Yovan을 인수한 Horiba 외에도 Hitachi, JEOL, Rigaku, A&D, JASCO, Seiko, Yokogawa 등 50위권에 9개의 회사가 포진하고 있는 분석기기 강국이다.

중국

중국의 분석기기산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기반이 탄탄하고, 다양한 부품 기술, 풍부한 고급기술인력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간은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거대한 중국시장을 겨냥한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 또는 위탁생산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에 분석기기 제조업체 역시 활발하게 창업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생산은 세계시장의 6% 정도로 추산되며, 2-3년 내에 저가 분석기 시장에서 생산량이 증가하여 세계시장의 8%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성능과 디자인,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았지만 조만간 중국의 저가형 분석기기의 본격적인 수입으로 인해 기술력과 자본력이 취약한 영세 제조업체의 경우 존립기반이 급격하게 약화될 것이다.

중국분석기기협회(CAIA)에 의하면 중국 분석기기 시장규모는 세계시장의 10%인 23억$에 이른다. 중국의 분석기기 제조업체는 1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Beijing Analytical을 포함하여 150개 이상으로서 자국 제조업의 제품으로 중국 분석기기 수요의 2/3을 충당하고 나머지 1/3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50%를 자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수출입 통계에 의하면 2003년도 중국의 HS9027 품목의 수입은 11억$ 수출은 1.3억$로 무역적자 1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2004년도 수출은 2억$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한국의 4~5배에 이른다. 한편, 향후 2~3년 동안 소비시장은연간 30% 이상의 고도성장이 예견된다.

한국 분석기기 산업의 동향

많은 사람들이 분석기기산업의 중요성과 국내 산업의 낙후성에 대해 거론하고 있지만 국내 분석기기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마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1998년 표준과학연구원이 “분석기기 산업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수립 연구” 과제를진행하면서 조사한 적이 있으나 일부 품목에 대해서 관련 업체와 면담을 통하여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하반기에 표준연구원과 한국분석기기제조업협회가 공동으로 수행한 분석기기산업의 시장조사 보고서의 경우는 외국의 시장보고서와 국내 무역통계를 바탕으로 국내시장 규모를 유추하고, 분석기기 제조업체 및 수입업체 면담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많은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관세청의 HS코드가 세분화 되어 있지 않아 부정확하고, 개별 분석기기에 대한 시장정보를 업체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자 하였으나 기업들이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수준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통계자료의 실효성을 검증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굳이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분석기기산업의 중요성에 비해 이 분야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장기적인 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고, 그 기반이 되는 통계 역시 빈약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xml: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2003년 수출입 통계에 의하면 국내 분석기기 시장은 세계시장의 2.5%인 약 5억$이며, 국내 생산량은 0.4억$(세계시장의 0.2%)로 예측된다. 본 수치는 관세청의 HS9027 품목에 한정하고 있는데 많은 수출입 업체들이 정확한 HS 코드를 따르지 않고 통관 상의 편의를 위해 임의의 코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수입통계의 경우 최소한 10~15%의 오차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림3> HSK9027 계열의 수입현황 (출처: 무역협회 한국무역 통계)

<그림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분석기기 수입량은 1978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IMF 경제위기로 인해 급락한 후 벤처기업 붐과 연구개발의 활성화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2003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분석기기산업은 물론 전체 시장규모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적이 없다. 한국분석기기제조업협회에서도 매출 및 생산현황을 집계하고자 시도하였으나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영세(매출 30억 이하)하여 매출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다양한 통계치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었다.

<표2> 대표적인 분석기기 제조업체 및 생산품목

분류

업체명

주요제품

Website

범용

분석기

영린기기

GC, HPLC

www.younglin.co.kr

도남인스트루먼트

GC

www.donam-gc.co.kr

이스텍

pH meter

www.istek.co.kr

PSIA

AFM

www.psia.co.kr

메카시스

UV-Vis 분광기

www.mecasys.co.kr

신코

UV-Vis 분광기

www.scinco.com

파이맥스

UV-Vis 분광기

www.pimacs.com

스펙트론테크

근적외선 분광기

www.spectron-tech.com

환경

유일정공

수질분석기

www.yuilkor.com

바이오텔

수질분석기

www.biotel.co.kr

휴마스

수질분석기

www.humas.co.kr

KNJ

대기환경측정기

www.knj-eng.co.kr

바이오/Clinic

바이오니아

PCR, Sequencer

www.bioneer.co.kr

바이오트론

Bio-Reactor

www.biotron.co.kr

프로테오젠

Micro-Arrayer

www.proteogen.co.kr

올메디쿠스

혈당측정기

www.allmedicus.co.kr

바이오스페이스

체성분분석기

www.biospace.co.kr

반도체

덕인

3D영상측정기

www.dukin.co.kr

인텍플러스

3D Vision Inspection

www.intekplus.com

케이맥

박막두께측정기

www.kmac.to

SNU프리시젼

3D Profiler

www.snuprescision.com

세미시스코

플라즈마 진단기

www.semisysco.com

기초
과학

제이오텍

오븐, 인큐베이터 등

www.jeiotech.com

JISICO

기초과학 장비

www.jisico.co.kr

한일과학산업

원심분리기

www.ihanil.com

일신과학

동결건조기 등

www.ilshinlab.co.kr

비전과학

기초과학 장비

www.visionsci.co.kr

코리아디지털

교육용 실험기기

www.koreadigital.com

S/W,

자동화

열린기술

DAQ, LIMS

www.yullin.com

인터페이스

LIMS

www.interfaceit.co.kr

커미조아

DAQ

www.comizoa.com

기타

동우옵트론

광학소재

www.optron.co.kr

SEO

접촉각 측정기

www.s-eo.com

분석기기 제조업체의 생존전략

국내 정밀분석기기의 본격적인 국산화는 1980년대 말 ㈜영린기기의 HPLC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표2>의 연구개발용 정밀 분석기기로 매출 50억원 이상을 달성한 회사는 영린기기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탄탄한 내수기반을 갖춘 산업을 대상으로 분석기술과 정밀계측기술을 이용한 공정관리용 장비를 생산하는 덕인, 인텍플러스, 케이맥, SNU프리시젼 등 4개 회사의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들은 반도체 및 LCD 공정모니터링 기기를 생산하여 2004년도에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그 중 50% 가까이 또는 그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50~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선진국의 기기산업에 비해 불과 15년 전에 시작한 국내 제조업체가 같은 품목으로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을 한다는 것은 국가대표팀과 초등학교 축구팀이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더구나 Global 회사들의 경우 막대한 자본력과 거대한 적용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데 비해 우리는 세계시장의 2.5%에 불과한 좁은 시장을 겨냥하여, 그것도 수입대체를 위한 저가 개발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다.

또한 국내 부품산업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핵심 정밀부품을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한국 기업이 일본 제품과 똑 같은 성능을 가진 제품을 생산할 경우 그 제조원가가 일본회사 보다 비싸다는 암담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구나 생산단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일제보다 최소한 15%는 싸게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성은 물론 자생력이 보장될 수 없다.

국내 분석기기 제조업체가 생존하려면 결국 가격이 결정적 요소가 아닌 시장, 선진국의 Global 회사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시장을 파고들어, 즉,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시장에 안착한 후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이른바 쐐기이론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한 시장이 바로 Process Analytical Instrument이다.

Frost & Sullivan은 세계 분석기기 시장 Report에서 Lab용 GC의 Competitive Factor로서 (1)Ease-of-use, (2) Application Specific Products, (3) Price를 꼽고 있으나 Process용의 경우 (1) Customer Service and Support, (2) Capability & Performance를 꼽고 있다. 다른 장비의 경우 역시 이와 유사하다.

Lab용 분석기기의 경우 모든 주요 Factor에서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데 비해 Process용의 경우 주요 Factor에 대해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실례로 필자가 일하고 있는 케이맥의 박막두께측정기의 경우 LCD 생산공정 모니터링이 주요 시장인데 이 분야는 LG필립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케이맥은 이들이 개발하는 새로운 공정기술에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4년 한 해 동안 대만과 중국에 800만불 이상을 수출하는 개가를 이룰 수 있었다. 케이맥이 박막두께 측정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이 Nanometrics(미국)보다 앞서기 때문이 아니라 Customer Service & Support는 물론 현장에서 요구하는 Capability & Performance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분석기기 제조업체가 성장하려면 General Market이 아닌 Niche Market을 겨냥하여 제품을 개발해야 하고, Lab 또는 R&D용 분석기가 아닌 Process용 분석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한 후 General & Global Market에 진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한국 분석기기산업의 과제

국내 분석기기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자 할 때 기본적인 시장현황과 제조업체들의 현황 및 성공과 실패 사례를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볼 때 최근 표준과학연구원의 분석기기 시장조사 사업,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산하의 분석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위원회 운영, 산업자원부 산업기반육성사업에서 기기 분야 육성 방안의 마련을 위한 위원회 등은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흐름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GDP 세계 12위, 연구개발비 8위,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4위에 이르지만 분석기기산업의 경쟁력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GDP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연구개발비 투자효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분석기기산업의 낙후성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 중 인건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금은 정밀 분석기기 구입비로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대학 및 공공연구소의 연구개발비의 경우 통장에서 잠자고 있다가 선진국 회사의 통장으로 바로 나가는 것이다. 즉, 막대한 연구비가 국내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나 내수 경기 진작에 전혀 기여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빗대어 연구개발비 중 국민경제에 가장 높은 기여를 하는 부분은 회의비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어쨌든 분석기기의 발전이 없이는 국내 산업기술의 발전에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근래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장비 및 측정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지원, 육성하는 것은 대기업으로서 책임감이나 애국심 때문이 아니다. 단지 이들 협력업체의 동반 성장이 없이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분석기기산업이 발전하려면 우선 정부의 과감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사업의 경우 세계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첨단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범용기술의 상용화 과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첨단기술을 하루 아침에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비록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를 상용화 할 만한 국내 기업이 없다면 외국에 매각하거나 사장될 수 밖에 없다.

둘째, 상용화 과제의 경우 이미 연구과제로 채택되어 완료(실패한 경우도 포함)된 테마일지라도 다른 회사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하나의 제품을 오직 한 회사에서만 생산하라는 법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 여러 회사가 개발에 도전한다는 것은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셋째, 밀접한 산학연 공동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명목 상의 공동연구가 아닌 대학과 연구소가 보유하고 기술을 상용화 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그 성과물은 결국 대학과 연구소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돌아갈 것이다.

넷째, 정부 주도로 기초과학기기의 시장을 확장시켜야 한다. 큰 수요가 있으면 공급자 기반이 튼튼해진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학부생에 이르기까지 기초적인 실험실습 기자재 완비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중등학교는 거론할 필요도 없고, 대학의 학부용 실험실습 기자재 보유수준은 부끄러울 정도이다. 책에 나온 그림만 보고 공부한 학생들이 산업현장에 투입되어 산업역군이나 수출전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 학부실험용 기자재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야 말로 이공계 대학의 경쟁력은 물론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 때부터 실험 중심의 체험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초등학생이 첨단 과학기기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때 비로소 과학기술입국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분석기기 제조 또는 유통업체의 대대적인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외국의 장비를 Copy하는 수준으로 Global 경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중국은 우리 보다 훨씬 우수한 광학 및 기기설계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조만간 가격 뿐만 아니라 성능에서도 세계시장을 호령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개발할 때 수출이 가능하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둘째, 우리만 가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General Market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비록 작은 시장이라도 독점할 수 있는 Niche Market을 겨냥하여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유통회사, 흔히 오퍼상으로 불리는 수입회사의 경우 외국 제품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터득한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과 오랜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특화된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근 Global 회사들의 대세인 M&A를 통해 자신들의 수입선이 언제 어떻게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서 생존의 끈이 사라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직접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면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영업 및 마케팅 능력이 취약한 제조회사와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업규모의 영세성을 탈피하기 위해 과감한 M&A가 절실히 요구된다. 절대적인 자본 규모가 취약한 상태에서 큰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직 국내에서 M&A 문화가 성숙되지 않아서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개별 회사의 작은 이익 보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메디슨이란 걸출한 스타 회사에 의해 의료기기산업 자체가 급성장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매출 500억 대의 제조회사가 2개만 만들어지면 국내 분석기기산업의 규모는 지금의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Reference]

1. Instrumenta, Formerly Analytical Instrument Industry Report, PJB Publications, Ltd., 2002. 01

2. Analytical Instrumenta, Vol. 17, Issue 19, Page 4;24, January 2001

3. Analytical Instrumenta, Vol. 15, Issue 21, Page 4;24, Feb. 1999

4. JAIMA(Japan Analytical Instrument Manufacturers Associate) 분석기기편람, 2001, 2002,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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